이병률(1967~ ) '저울' 전문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그건 아마도 저울바늘이 부산하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
힘차게 심장을 잘라 저울 위에 올려놓으면
바늘은 한 자리에 멎기 전까지
두근 반과 세근 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요동을 친다는 말
심장을 어디다 쿵 하고 올려놓고 싶어
눈이 멀 것 같을 때
놀랐다 홧홧해졌다가 몸을 식히느라 부산한 심장을
흙바닥도 가시밭도 아닌 그저 저울 위에
한 몇년 올려두고
순순히 멈추지 않는 바늘을 바라보고 싶다는 말
저울은 단 한번에 무게를 보여주지 못하고 바늘이 흔들리며 여러 번 갈등을 한다.
기계도 그러하거니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심장이 마음 위에 얹혀진 무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철렁 할 때는 심장의 무게가 두근 반 세근 반을 훨씬 넘어 저울
의 용수철이 한껏 당겨진 상태. 그 무게를 견디느라 온몸이 떨리는 때.
이 예민한 저울을 어떻게 고요하게 만들까.
김기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