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1949~ ), '신새벽' 전문
한밤중에 깨어 일어나
내가 갑자기 착한 소가 될 때가 있다
이때가 가장 정다운 때!
넓은 귀를 늘어뜨리고
내가 더 깊숙한 나로 태어날 때!
우주의 저 까마득한 밑바닥에서
쨍그랑 하고 돌멩이 하나 깨어지는 소리 들린다
향기로운 땅 새벽이 가차이 열리는 것은 이때부터
그리운 그리운 파도가 먼 해안선을 초록 띠로 물들이는 것도 이때부터
새벽의 첫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시간에서는 <우주의 저 까마득한 밑바닥에서 쨍그랑 하고 돌멩이 하나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어둠이 깨지는 이 싱그러운 소리! 땅에서 어찌 향기가 나지 않겠는가. 파도는 어서 달려와 검은 해안선을 초록 띠로 물들이고
싶지 않겠는가. 이 시간에 깬 사람이라면 어찌 착한 소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