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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1948~ ) '빗자루의 등신 그림자' 전문
새벽 마당에 솟아오르던 치마폭 물안개
음전히 가라앉힌 바닥에
얼빠진 등신처럼 기대선 빗자루
하 많은 세상살이 빗방울 대이파리로 쓸었는지
터럭 끝 바람에도 넘어질 듯
배부른 기둥에 그림자 끌고 비뚜름하다
*윤고암 스님의 빗자루 법문, 아무 말씀없이 법당 앞마당을 빗자루로 쓸어 사찰 분규를 잠재웠다고 한다
절집 구석에 세워진 빗자루 하나. 그 닳고 닳은 싸리 가지들은 천수관음(千手觀音)을 닮았다.
새벽녘 누군가 정갈하게 쓸어놓은 마당을 보면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천 개의 손끝이
티끌 가득한 내 마음에도 다녀간 것 같다. 어떤 힘이나 말이 아니라 한 자루 비를 가지고
사람을 감복시킨 이가 있었다니, 그는 마당을 쓸면서 자신의 마음을 쓸고 또 쓸었을 것이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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