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1941~ ) '줄탁(啄)' 전문
저녁 몸속에
새파란 별이 뜬다
회음부에 뜬다
가슴 복판에 배꼽에
뇌 속에서도 뜬다
내가 타죽은
나무가 내 속에 자란다
나는 죽어서
나무 위에
조각달로 뜬다
사랑이여
탄생의 미묘한 때를
알려다오
껍질 깨고 나가리
박차고 나가
우주가 되리
부활하리
병아리가 껍질을 쪼며 나오려 할 때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쪼아주어야 하니,
서로 맞잡지 않고서는 어떤 생명도 태어나지 못하리. 너무 늦으면 '방치'가 되고 너무
이르면 '조장'이 되니, 그 미묘한 때란 대체 언제인가. 사랑만이 그 탄생의 순간을 본
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어제의 내가 불탄 자리에 새순 돋듯 얼굴을 내미는 별과 달이여,
하늘 저편에서 마주 잡은 손이여.
나희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