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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백(1945~) '비' 전문
이윽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지상의 아랫도리가
버티다 못해 젖어들고
구름이
승천의 길목에서
목을 꺾고 말았다.
목숨마다 제가 흘린 눈물을 마시며 산다. 지상의 슬픔이란 슬픔이 모두 승천되게 마련이다.
상제님께 호소하려고? 따지려고? 탄원하려고? 아무려나 목숨의 눈물은 괴로운 지상을 버리
고 승천하지만, 끝내는 스스로를 가눌 수 없어 하늘까지 다가가는 길목에서 목을 꺾고 만다.
다시 눈물이 되어 제 몸을 적시며 제 영혼을 말려준다. 초목이든 짐승이든 인간이든 간에
모름지기 목숨이란 제가 흘린 눈물에 밥말아 먹고서야 생기가 회복된다.
겨울 찬비, 늦가을이 밤비에 몸서리치는 마른 풀들도 승천하다말고 목이 꺾인다. 되돌아 와
제뿌리를 적셔주는 하늘의 이치를 섭리라는가. 그리고서야 다음이 있다지.
유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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