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두석(1955~ ) '풍뎅이' 부분
지금은 어느 하늘을 날고 있는지
풍뎅이들아 미안하다
철모르던 시골아이의
기억의 헛간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만
다만 놀이로
수많은 너희들의 목을 비틀었구나
참나무 수액을 빠느라 정신없는
너희들을 붙들어
다리를 분지르고 목을 비틀어
땅바닥에 뉘어 놓고서
"핀둥아 핀둥아 갈미봉에 비 몰려온다
마당 쓸어라" 노래하며
손바닥으로 땅바닥을 두드리면
땅바닥을 헛되이 맴돌던 분망한 날갯짓이
뒤늦게 눈에 아프구나
(후략)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어린 풍뎅이 한 마리가 핸들 위에 필사적으로 붙어 있었다. 채 여물지 않은 등에 점박이 무늬도 희미한 풍뎅이를 보니 어린 시절 갖고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몇 번 손사래를 치다가 결국 차를 세우고 풍뎅이를 창 밖으로 조심스레 날려보냈다. 그러나 아이들의 짓궂은 손을 만나지 않는다 해도 어두운 도심 어디에 풍뎅이 깃들 곳이 있을까.
나희덕<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105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66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294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05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44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72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7,964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80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40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37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877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453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8,986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877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78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05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40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198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767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67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21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690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02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28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