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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1958~) '고백' 부분
나는 자꾸 바람을 더듬거렸습니다
머릿속 한편으로는
많은 별들이 흘러갔습니다
중심을 놓치고 꽃을 바람이라 발음하다
슬그머니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눈치 채지 못한 새들은
젖은 날개를 허공에 묻었습니다
(중략)
이마에 몰래 돋은
낮달을 끌어내리며
세상의 제일 낮은 땅 위에 피어난
겸손한 꽃 한 송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에게 꽃에게, 혹은 바로 곁에 머무는 누군가에게 고백을 한 순간이 있는지요.
그 순간이 너무 설레고 아름다워 꽃을 바람이라고 얼결에 말해버린 적이 있는지요.
새를 노래라고 중얼거린 적이 있는지요.이마에 송송 돋은 땀방울들을 닦으며 마음
안에는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지요. 벗이여, 바로 그 순간 우리들
마음 안의 정원에 못생긴 탑 하나 우뚝 섭니다. 못생겨서 더 보기 좋은 그 탑 곁에
맑은 구름 한 송이 머무릅니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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