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1,183 추천 수 2 댓글 0
문정희(1947~) '사막에서 만난 꽃' 전문
눈부신 맨살 드러낸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몇 년째 묵언 중인 스님을 만났다
햇살 부서져 흰 것뿐인 벌판에
기괴하게 몸을 튼 사라쌍수나무
기쁜 웃음 만발한 바위로 앉은
청화스님, 눕지 않고 그대로 십수년이라
서울서 간 나에게 백지 내밀던
사막에 핀 한 송이 꽃, 오늘 아침에
그 꽃을 태우는 다비 소식 실렸다
그야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콜카타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라즈다니 열차 안. 맞은편,
두 명의 인도인 중 한 명이 나와 동갑이었다.세상의 어
디를 가도 동갑끼리는 반갑다.그가 자신이 수행한 나이
든 인도인을 소개해 줬는데 왕족이라고 했다.이름 끝에
쿠마리라는 왕족의 혈통이 붙어 있었다.78세.노인의 입
성은 허름했다. 가부좌를 한 채 잔잔하게 웃던 그는 그
자세로 밤을 샜다. 노인은 눕지 않고 생을 보낸다고 동
갑이 말했다. 메마른 그의 몸, 맑고 강렬한 눈빛, 잔잔
한 미소…. 열차 안에 푸른빛이 그 밤 내내 머물렀다.
곽재구<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117 | 2023.12.30 |
393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風文 | 239 | 2024.11.08 |
3929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風文 | 186 | 2024.11.08 |
3928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風文 | 681 | 2024.11.08 |
3927 | 양지쪽 - 윤동주 | 風文 | 242 | 2024.11.08 |
3926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風文 | 227 | 2024.11.06 |
3925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風文 | 285 | 2024.11.06 |
3924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風文 | 213 | 2024.11.06 |
3923 | 산상 - 윤동주 | 風文 | 216 | 2024.11.06 |
3922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風文 | 130 | 2024.11.04 |
3921 | 사랑 - 이해인 | 風文 | 201 | 2024.11.04 |
3920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風文 | 150 | 2024.11.04 |
3919 | 닭 - 윤동주 | 風文 | 147 | 2024.11.04 |
3918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風文 | 687 | 2024.11.01 |
3917 | 비 갠 아침 - 이해인 | 風文 | 640 | 2024.11.01 |
3916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風文 | 144 | 2024.11.01 |
3915 | 가슴 2 - 윤동주 | 風文 | 166 | 2024.11.01 |
3914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風文 | 708 | 2024.10.28 |
3913 | 비밀 - 이해인 | 風文 | 203 | 2024.10.28 |
3912 | 凍夜(동야) - 김수영 | 風文 | 204 | 2024.10.28 |
3911 | 가슴 1 - 윤동주 | 風文 | 167 | 2024.10.28 |
391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風文 | 183 | 2024.10.25 |
3909 | 부르심 - 이해인 | 風文 | 197 | 2024.10.25 |
3908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 | 風文 | 187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