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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헌성(1932~) '하늘 그리고 시' 전문
갈대잎 돋은 늪녘 언덕바지에
옛 늙은 도공이 홀로
청자를 빚고 있었습니다
홀연 머나먼 섬에서 하루는
한점 학의 흰 날개가 아스라이 날아오다
그만 푸드득 빚던 항아리에 부딪쳐
천년 한으로 박혔습니다
아뿔싸 이를 어쩐담!
닳은 도공의 담배연기도 그만 박혀서는
먼먼 뜬구름의 한 채로 남았습니다.
청자 매병에 단정학들이 무수히 날아오른다.
하늘 높은 곳으로 학들은 끝없이 날아오르
는데 문득 학들이 날아오르고자 하는 그곳이
어디인가 궁금해진다. 비췻빛 하늘의 속살을
넘어 이르는 땅. 어쩌면 그곳은 청자를 빚던
도공이 오래 그리워 한마음의 땅일는지도 모
른다. 라일락 꽃향기가 진동하는 아침, 우리
도 마음 안의 하늘 위에 단정학 한 무리를
날려 보내자. 옛 도공처럼 눈을 감고, 학들이
날아오르는 하늘 속으로 함께 날아오르자.
그곳에 두 칸 띠 집을 짓고, 몇 그루 복사꽃을
심고, 작은 시냇물을 흐르게 하고, 저물녘엔
먼 곳에서 찾아온 벗이랑 소주를 마시자.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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