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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안(1965~ ) '시계 소리를 듣다 보면' 전문
시계 소리를 유심히 듣다 보면
우리의 발목에 혹은 손목에
수갑 채우는 소리 같기도 하다 (중략)
24시간 편의점처럼 열려 있는 수입개방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대학 나온 고급 인력들이 세계 최고의 실업률을 자랑하는
진정 일하는 손이 필요한 여기는
도마동 언덕배기 권태가 기미처럼 끼어 있는 난다방
시계 소리를 유심히 듣다 보면
허기 때우듯 적당히 꾸려지는 세상의 안팎마다
우리의 육신에 혹은 정신에
태엽을 감는 소리 같기도 하다
경종 울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지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시간이 있다. 지내기 힘든 시간과 편안한 시간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따뜻하고 안락한 시간들이 자신의 곁에 머무르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생을 진보시키고 그 의미를 키워나가게 하는 시간들은 지내기 힘든 시간들이다. 고통의 시간들은 온몸으로 자신을 느끼게 한다. 안락한 시간들은 솜사탕처럼 비누거품처럼 '화' 하고 사라져 버릴 뿐이다. 내 곁에 있는 시간들.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그 시간들만이 지금의 당신을 지켜주는 벗인 것이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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