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무(1958~) '꽃그늘' 전문
꽃그늘 속으로
세상의 소음에 다친 영혼
한 마리 자벌레로 기어갑니다
아, 그 고요한 나라에서 곤한 잠을 잡니다
꽃그늘에 밤이 오고
달뜨고
그리하여 한 나라가 사라져갈 때
밤눈 밝은 밤새에 들켜
그의 한 끼가 되어도 좋습니다
꽃그늘 속으로
바람이 불고
시간의 물방울 천천히
해찰하며 흘러갑니다
사월의 시간들은 꽃그늘 아래를 흘러간다. 꽃그늘 아래에서 천천히 해찰하며
한 세계가 태어나고 또 한 세계가 사라진다. 가슴 환해지는 그 시간…. 시인
은 기꺼이 한 마리의 자벌레가 되어 꽃그늘 아래를 소요하다가 밤눈 밝은 밤
새의 한끼 식사가 되기도 한다. 내가 누군가의 식사가 되어 사라진다 해도
한없이 평화롭고 행복해지는 시간들…. 사월의 꽃그늘 속에 신비한 그 시간
들이 있다.
곽재구<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2,796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50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269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480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34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63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7,947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62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35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26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870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426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8,979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858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67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591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26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190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747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06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06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690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01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24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