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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1956~) '산문(山門)' 전문
세상 보따리 싸들고
산문을 나오는데
이적지 말 한 마디 걸어오지 않던
물소리 하나 따라나온다
문득 그대가 그립고
세월이 이처럼 흐를 것이다
뒤늦게 번져오는 산벚꽃이여
온 산을 밝히려 애쓰지 마오
끝내 못한 말 한 마디
계절의 접경(接境)을 넘어
이미 녹음처럼 짙어진 것을
나라 안에서 산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동네를 혹 아시는지….
18번 국도의 시발점, 진도 남동리 석성마을 앞산이 그곳이다.
집앞까지 봄바다가 밀려오는 그곳 안성단 할머님댁 툇마루에
앉아 조공례 할머니와 김생임 할아버지가 불러주는 육자배기
가락을 들으며 아득하게 꽃핀 산벚꽃 나무들을 본 적이 있다.
솔바람소리, 작은 파도소리, 육자배기 가락이 조용히 섞이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찮기만 한 생의 순간들이 문득
신선의 꿈처럼 환해지는 것이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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