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9,431 추천 수 9 댓글 0
박두규(1956~) '산문(山門)' 전문
세상 보따리 싸들고
산문을 나오는데
이적지 말 한 마디 걸어오지 않던
물소리 하나 따라나온다
문득 그대가 그립고
세월이 이처럼 흐를 것이다
뒤늦게 번져오는 산벚꽃이여
온 산을 밝히려 애쓰지 마오
끝내 못한 말 한 마디
계절의 접경(接境)을 넘어
이미 녹음처럼 짙어진 것을
나라 안에서 산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동네를 혹 아시는지….
18번 국도의 시발점, 진도 남동리 석성마을 앞산이 그곳이다.
집앞까지 봄바다가 밀려오는 그곳 안성단 할머님댁 툇마루에
앉아 조공례 할머니와 김생임 할아버지가 불러주는 육자배기
가락을 들으며 아득하게 꽃핀 산벚꽃 나무들을 본 적이 있다.
솔바람소리, 작은 파도소리, 육자배기 가락이 조용히 섞이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찮기만 한 생의 순간들이 문득
신선의 꿈처럼 환해지는 것이다.
곽재구<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117 | 2023.12.30 |
393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風文 | 239 | 2024.11.08 |
3929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風文 | 186 | 2024.11.08 |
3928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風文 | 681 | 2024.11.08 |
3927 | 양지쪽 - 윤동주 | 風文 | 242 | 2024.11.08 |
3926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風文 | 227 | 2024.11.06 |
3925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風文 | 285 | 2024.11.06 |
3924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風文 | 213 | 2024.11.06 |
3923 | 산상 - 윤동주 | 風文 | 216 | 2024.11.06 |
3922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風文 | 130 | 2024.11.04 |
3921 | 사랑 - 이해인 | 風文 | 196 | 2024.11.04 |
3920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風文 | 150 | 2024.11.04 |
3919 | 닭 - 윤동주 | 風文 | 147 | 2024.11.04 |
3918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風文 | 687 | 2024.11.01 |
3917 | 비 갠 아침 - 이해인 | 風文 | 640 | 2024.11.01 |
3916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風文 | 144 | 2024.11.01 |
3915 | 가슴 2 - 윤동주 | 風文 | 166 | 2024.11.01 |
3914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風文 | 708 | 2024.10.28 |
3913 | 비밀 - 이해인 | 風文 | 203 | 2024.10.28 |
3912 | 凍夜(동야) - 김수영 | 風文 | 204 | 2024.10.28 |
3911 | 가슴 1 - 윤동주 | 風文 | 167 | 2024.10.28 |
391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風文 | 183 | 2024.10.25 |
3909 | 부르심 - 이해인 | 風文 | 197 | 2024.10.25 |
3908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 | 風文 | 187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