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는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솜씨로 시적 감정을 제어하고 방임할 줄 아는 우리 주변의 몇 안 되는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언어는 또한 놀라운 활력으로 넘쳐나며 이 낡은 세계를 갱신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시구를 보라!
“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 /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 뒷걸음질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얼마나 약여한가. 사물과 언어가 일치하면서 내는 쟁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힘으로 “거뜬히 지상으로” 떠오른다. 송곳니로 삶을 꽉 물고 놓지 않는, ‘고향의 기억’을 잊지 않는 이 오랜만의 생동하는 민중서사적 시인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 이 글은 이시영 시인이 손택수 시인의 시집 『호랑이 발자국』발간에 부쳐 써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