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폭포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淨土!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水宮을.
폭포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소리 같은 ― 바위들이 흔들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絶唱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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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65년「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등이 있으며 소월시 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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