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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시인으로 데뷔한 전성호의 「허기」는 존재론에 관한 사유의 힘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한 편의 시로써 전성호 시인의 시세계의 전모를 엿볼 수는 없을 터이지만, 뭐랄까 이 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존재에 관한 사유가 깃들어 있는 듯 보입니다. 아마도 몽골 기행에서 착상을 얻고 있는 이 시는 내 몸의 일부였으나 지금은 부재하는 ‘고래’, 그 거대한 허기를 묘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고래’라는 이미지는 존재의 비밀을 밝히는 거대한 상징으로서의 의미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래’의 귀환을 위해 나의 내장에 채우는 바닷물이란 결국 끝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시적 이상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이 시에서 주목해야 할 시행은 오히려 10-12행의 표현입니다. 즉 ‘돌멩이만 가득 있는 양의 위(胃) 속’의 이미지란 고통에 찬 삶과 죽음의 운명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징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다른 해석도 능히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존재에 대한 허기를 ‘돌멩이가 있는 양의 위’란 이미지로 표현하는 시인의 착상은 재미있습니다. 이 시에서 아쉽다면 맨 마지막 행 “고래를 위해.”라는 시행은 사족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뒤틀리는 내장’이란 표현이 암시하듯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운명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라는 깨달음을 보여주려 했다면 맨 마지막 시행은 없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왜 고래였을까요? 저 몽골 초원과 사막이 바다였던 시절을 회상하며 고래라는 심상을 동원했는지도 말이지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다른 텍스트들을 좀더 읽어보아야 해명될 수 있을 듯합니다. 요즘 시에서 소위 ‘몽골풍(風)’ 시편들이 적잖이 창작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몽골시편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었는가 하면, 몽골 정신의 핵심인 <몽골집사(集史)>(전3권) 중 1-2권이 번역·출간되었습니다. 이 몽골 시편들이 우리 시에 어떤 상상력의 연대를 보여줄지 자못 기대됩니다. 이, 문명의 허기라니!
고영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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