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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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경험한 작은 사랑이 세상에 나가 큰 사랑으로 넓어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것이 결국은 내 사랑의 완성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던 양귀자님의 소설 <천년의 사랑>을 여행중에 읽었다. 소설가들의 상상력은 항상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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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안동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이 매우 아름다웠다. 세상 다른 곳에도 빼어난 아름다움이 많이 있을테지만 - 아주 작아도 구석구석 우리 나라 고유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을 여행할 때마다 새롭게 느끼며 우리 나라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해외에 다녀온 이들이 가끔 “한국보다는 외국이 더 살기 편하다” “고국에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볼 것이 없다”고 가볍게 말할 때는 “그래요?” 하면서도 매우 서운한 마음이 들곤 했다. 특별히 애국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태어난 모국을 끔찍이 위하고 사랑하는 것이 도리다. 그래서 그의 단점과 허물을 남의 탓을 하며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인 우리 각자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국어보다 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 역시 애국이 아닐까? 젊은이들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국어 맞춤법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틀린 것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 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로 시작하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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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억지로는 짜낼 수 없는 시. 그러나 안 써지는 것 역시 즐거워하기로 한다. 시가 어려워도 시를 포기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 세상은 더욱 아름다우리. 보석처럼 열심히 갈고 닦은 빛나는 시인들을 나는 죽을 때까지 질투하며 부러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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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의 뼈만 남은 어린이들의 그 퀭한 눈들이 자꾸 나를 쳐다본다. 북한의 배고픈 겨레에게 우리 정부는 너무 무심하고 냉랭하다. 오늘도 태연히 밥을 먹는 게 부끄럽다. 눈물을 글썽인다고, 기도한다고 그들에게 힘이 될까? 우리 나름대로 절식을 해서 그 몫을 떼어 돕는다지만 어쩐지 답답하다. 이웃의 아픔과 불행에 그냥 속수무책인 것만 같은 나의 위치가 가끔 괴로울 때가 있다. 수도자의 가난이란, 마음뿐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돕고 싶은 가난한 이들에게 자기 개인의 뜻과 이름으로 베풀고 싶은 원의조차 포기하는 가난함에 있다. 온전한 순명, 철저한 고독에 나 자신을 내맡기는 신앙과 용기가 내겐 아직도 무척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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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가 온몸에 퍼져 항암치료를 받는 C수녀님 방에 그분이 좋아하는 풀꽃 한 묶음 들고 갔더니 매우 기뻐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기뻤다. 아름다운 꽃은 중환자들에게도 아름다운 위로가 됨을 다시 보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귀찮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속단하는 것은 잘못인 것 같다. “거듭 생각해도 고마운 것이 너무 많고, 고마운 이들이 너무 많아요. 전에 큰 수술을 받았을 때는 이만하면 됐으니 데려가 달라는 기도가 나오던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조금만 더 생명을 연장시켜 달라는 욕심을 부리게 돼요. 그분이 다 알아서 잘해 주시리라 믿고 싶어요” 하는 수녀님의 야윈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할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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