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식사
이재무
산그늘 두꺼워지고 흙 묻은 연장들 허청에 함부로 널브러지고 마당가 매캐한 모깃불 피어오르는 다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 식구들 말없는, 분주한 수저질 뜨거운 우렁된장 속으로 겁 없이 뛰어드는 밤새 울음, 물김치 속으로 비계처럼 둥둥 별 몇 점 떠 있고 냉수 사발 속으로 아, 새까맣게 몰려오는 풀벌레 울음 베어문 풋고추의 독한, 까닭 모를 설움으로 능선처럼 불룩해진 배 트림 몇 번으로 꺼트리며 사립 나서면 태지봉 옆구리를 헉헉, 숨이 가뿐 듯 비틀대는 농주에 취한 달의 거친 숨소리 아, 그날의 위대했던 반찬들이여
- 제6시집 『위대한 식사』(세계사 2002) 표제시
|
▶ 시인 이재무 약력
1958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한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석사과정)를 수료했다. 1983년 무크지 『삶의 문학』과 계간 『실천문학』『문학과사회』 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에 『섣달 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등이 있으며, 그밖의 저서에 『신경림 문학앨범』(공저), 『대표시 대표평설』(편저) 등이 있다. 현재 계간 『시와정신』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한신대·추계예술대·청주과학대·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에서 시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