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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기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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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쁨 속에도 기쁨과 평화가 있다. 유순한 마음, 좋은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할 때는 정신없이 바빠도 짜증이 나지 않고 즐겁다. 나의 삶이 노래가 된다는 것은 그럭저럭 시간을 메우는 데 있지 않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정성껏 살아가는 데 있는 것이다.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리는 젊음이지만 비록 나이가 들더라도 가슴엔 노래가 흐르게 하라. 혼자 있어도 즐거울 수 있는 노래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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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혼자만의 비밀 서랍을 갖고 즐거워했던 것처럼 내 마음 안에도 작은 서랍이 있다. 사랑과 우정과 기도, 내 나름대로의 좌우명과 아름다운 삶의 비결을 모아 둔 비밀 서랍. 그래서 누가 나를 좀 힘들게 하더라도 이 서랍에서 얼른 지혜를 꺼내 최선을 다하면 슬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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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어떤 이가 나더러 `그리 복잡한 가운데서도 10여년 전 책갈피에 끼워 놓았던 자료까지 다 찾아내는 걸 보면 정말 놀랍다니까요. 어떻게 그런 걸 다 기억할 수 있지요?` 하는 말을 듣고 그 옆자리에 있던 다른 이가 말했다. `아마 우리는 잘 이해 못하지만 하느님의 기억력은 더하시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여럿이라도,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사랑하시는 참 놀라운 분이시잖아요.` 수도 생활을 나보다 훨씬 오래 한 선배 수녀님의 그 진지하고도 소박한 표정이 오랫동안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며칠 전에 내가 방을 옮겼다고 고운 유리컵과 과자 한 봉지를 내가 없는 사이 살짝 두고 가셨던 티나 수녀님의 고운 마음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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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이 주는 고즈넉한 평화와 기쁨. 주일만큼이라도 평일에 숨차게 뛰었던 자신을 쉬게 해주고, 필요한 영적 활력을 채워 주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나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야 남을 위한 배려나 봉사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탁 트인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는 내 마음엔 그래로 푸른 시와 기도가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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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을 바라보며 매일을 사는 것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특권이요. 기쁨인지! 오늘은 바닷가 산책중에 손을 씻으려다가 실수로 발목까지 다 적시게 되었지만 그 느낌이 매우 좋았다. 강물, 시냇물,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 짜디짠 소금물에 발을 담갔으니 내 마음에도 조금은 소금물이 들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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