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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立圖書館(국립도서관) - 김수영
모두들 공부하는 속에 와보면 나도 옛날에 공부하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그당시의 시대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다고
누구나 어른들은 말하고 있으나
나는 그 우열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그때는 그때이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구태여 달관하고 있는 지금의 내 마음에
샘솟아나오려는 이 설움은 무엇인가
모독당한 과거일까
약탈된 소유권일까
그대들 어린 학도들과 나 사이에 놓여있는
연령의 넘지못할 차이일까......
전쟁의 모든 파괴 속에서
불사조같이 살아난 너의 몸뚱아리-
우주의 파편같이
혹은 혜성같이 반짝이는
무수한 잔재속에 담겨있는 또 이 무수한 몸뚱아리-들은
지금 무엇을 예의 연마하고 있는가
흥분할 줄 모르는 나의 생리와
방향을 가리지 않고 서있는 서가 사이에서
도적질이나 하듯이 희끗희끗 내어다보는 저 흰 벽들은
무슨 조류의 시뇨와도 같다
오 죽어있는 방대한 서책들
너를 보는 설움은 피폐한 고향의 설움인지도 모른다
예언자가 나지 않는 거리로 창이 난 이 도서관은
창설의 의도부터가 풍자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두들 공부하는 속에 와보면 나도 옛날에 공부하던 생각이 난다
<195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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