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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冊(서책) - 김수영
덮어놓은 책은 기도와 같은 것
이 책에는
신밖에는 아무도 손을 대어서는 아니된다
잠자는 책이여
누구를 향하여 앉아서도 아니된다
누구를 향하여 열려서도 아니된다
지구에 묻은 풀잎같이
나에게 묻은 서책의 숙련-
순결과 오점이 모두 그의 상징이 되려 할 때
신이여
당신의 책을 당신이 여시오
잠자는 책은 이미 잊어버린 책
이 다음에 이 책을 여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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