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셔요 - 한용운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어요, 어서 오셔요.
당신은 당신이 오실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당신이 오실 때는 나의 기다리는 때입니다.
당신은 나의 꽃밭으로 오셔요.
나의 꽃밭에는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꽃 속으로 들어가서 숨으십시요.
나는 나비가 되어서 당신이 숨은 꽃 위에 가서 앉겠습니다.
그러면 쫓아오는 사람은 당신을 찿을 수는 없습니다.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이리 오셔요.
당신은 나의 품으로 오셔요.
나의 품에는 부드러운 가슴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머리를 숙여서 나의 가슴에 대십시오.
나의 가슴은 당신이 만질 때에는 보드랍지마는,
당신의 위험을 위하여는 황금의 칼도 되고, 강철의 방패도 됩니다.
나의 가슴은 말굽에 밟힌 낙화가 될지언정,
당신의 머리가 나의 가슴에서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쫓아오는 사람이 당신에게 손을 댈 수는 없습니다.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오셔요.
당신은 나의 죽음속으로 오셔요.
죽음은 당신을 위하여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나의 죽음의 뒤에 서십시오.
죽음은 허무와 만능이 하나입니다.
죽음의 사랑은 무한인 동시애 무궁입니다.
죽음의 앞에는 군함과 포대가 티끌이 됩니다.
그러면 쫓아오는 사람이 당신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오셔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433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97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328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54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61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90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7,999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92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60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47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891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490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8,995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908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89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21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58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225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803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77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61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702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12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37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