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류윤모
무인도가 외롭지 않은 것은
그 마음 속에는
아무도 살지 않기 때문이리라
한번도 제 그림자를 건져올려서
뼈저리게
곱씹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따라 천리만리 가고 싶고
비오는 날이야 비에 젖겠지만
그 건 다만 일상일 뿐
수평선 위에 오똑하게
독립해 있으므로다
다만 무인카페처럼
이따금 한두사람이 들고나지만
그건 자동화된 금전 출납기 같은 것
무인도가 견딜 수 있는 것은
그리움 따위 에는 아예
눈을 감았기 때문이리라
-류윤모『무인도』(두레문학 사이트,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