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에게 - 김지향
그대는
사람들의 이름에 오르내릴 때만
빛나는 이름
사람의 무리가
그대 살을
할키고 꼬집고 짓누르고
팔매질을 해도
사람의 손만 낡아질 뿐
그대 이름자 하나
낡지 않음
하고 우리들은 감탄한다.
그대가 지나간 자리엔
반드시 자국이 남고
그대가 멈추었던 자리엔
반드시 바람이 불어
기쁘다가 슬프게 패이고
슬프다가 아픔이 여울지는
이름
그 이름이
가슴에서 살 땐
솜사탕으로 녹아내리지만
가슴을 떠날 땐
예리한 칼날이 된다
그렇지 그대는
자유주의자 아니 자존주의자이므로
틀 속에 묶이면 자존심이 상하는 자
틀 밖에 놓아두면
보다 더 묶임을 원하는 자.
그대를 집어들면
혀가 마르거나
기가 질려 마음이 타버리거나
한다고 우리는 때때로 탄복한다
그렇지 사랑의 이름이
사랑이기 때문.
실은 사랑이 슬픔 속에 자라지만
기쁨 속에 자란다고 진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