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 장성혜
해마다 그 자리에
한 여자가 서 있네
햇살이 메마른 가지를 긁으니
벌겋게 보고싶다는 말이 흩어지네
바람이 수없이 회초리 되어 지나간
그늘이 부풀어오르네
꽃이 된 자리마다 병이 도져
봄이 오면 여기저기
미치도록 가렵다는 전화가 오네
불꽃 같은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었던 곳이
여기다 여기다 하면서
가시를 품은 향기가
눈물처럼 쏟아지는 골목
이제는 지나갔겠지 눈을 뜨면
징그러운 그리움 아직도 밟고 섰네
달려왔다 지워지는 물결이 보이네
몇 번을 더 앓아야 하는지
왜 이렇게 가려운지
허망함만 배가 불러
바다로 뛰어들 뿐
푸른 살에는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