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 정채원
어머니, 저는 오늘도 돌아요
압력밥솥의 추처럼
얼음판 위를 헐떡이는 팽이처럼
터질 듯한 마음의 골목골목
팽글팽글 돌아요, 돌아야 쓰러지지 않아요
당신의 경전을 맴돌면서
저는 의심하고 또 의심해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
서쪽으로 서쪽으로 계속 가면, 어머니
신대륙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얕은 곳 너머 갑자기 희망이 깊어지는 곳
그러나 희망봉 근처엔 죽음의 이빨
백상어가 헤엄쳐 다닌다지요
가장 안전한 곳은 가장 위험한 곳
상식의 말뚝에 한쪽 발을 묶고
나머지 한 발로 절뚝절뚝
기상부터 취침까지
일상의 풀밭을 뱅글뱅글 돌아요
소등 뒤에도 전갈자리 사수자리 돌고 돌다
아주 돌아버려요
아니, 저는 더 이상 돌지 않아요
그래도,
그래도 지구는 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