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 - 최영준
한강줄타기대회, 직경 3cm의 외줄 위
곡예사가 한 발짝씩 옮겨 갈 때마다
외줄이 출렁이고 내 심장이 따라서 출렁인다
살아온 생이 외줄 위에서 출렁거린다
저울눈을 가진 긴 장대 하나로 생의 균형을 잡는다
바람에 줄이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가느단 외줄이 늘어진 생을 팽팽하게 끌어당긴다
탯줄의 흔적이 내 몸의 중심을 잡고
한 번도 세상줄을 놓아 본 적이 없는 삶,
서 있는 줄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지는 세상에서
한 순간의 삶이지만
목숨을 건 줄타기 게임을 한다
이승줄에서 내려올 수도 없는 내 몫의 명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