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의 아내 - 최석우
조신이 꿈을 꾸고 있다
쌀도 없고 아이들은 우는데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원망 서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나가더니
아내가 돌아오지 않는다
세규사世逵寺 법당 안에서
꿈꾸는 조신의 얼굴 위로
아내의 눈물이 떨어진다
관음보살은 빙그레 이제 조신의 꿈을 깨우려고 하는데
아내가 엎드리며 막는다
쌀을 구해, 옷도 구해
아이가 죽기 전에
아이가 구걸하다 개에 물려 오기 전에
그의 꿈 안으로 다시 들어가겠습니다
사랑 하나 믿고 시작한 세상살이
동냥질도 지치고 지쳤으나
서로 등돌리고 돌아서며 홀가분하다 기뻐하고 싶지 않습니다
헛되고 헛되기는 꿈 안이나 꿈 밖이나 마찬가지
해탈한 중으로 한 세월 산다 해서 헛되지 않겠습니까
아직 이 사람의 꿈을 깨우지 마십시오
제 눈물이 남아 있습니다
땅 위에서
꿈에서 나온 조신의 아내들이
빈 자루를 허리에 두르고
세상사世上寺 연등이 되고 있다
* 조신: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설화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