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끝 - 한혜영
임종이 가까워지면 제일 먼저 활짝 열리는 것이
항문이라고 하네 열고 채우기를 반복했던
둥근 괄약근의 열쇠를 찾을 수 없는
세상 바깥으로, 아주 던져버리는 일이라 하네
어머니의 똥끝은 왜 그리 자주 탔는지
다급한 일 겨우겨우 해결을 보고 나면
어느 틈에 불씨 되살아나 바짝바짝 타들어갔던
'당신의 항문을 페쇄합니다'
의사는 매정하게도 각께를 땅땅! 쳐버렸다네
캄캄한 절망 곳곳을 다 뒤져가며 癌, 癌, 癌
전부 캐내고 말거라고. 날카로운 불면 끝으로
후벼 파낸 것들을 들고 달려갔지만 턱 하니
가로 막는 각께 앞에서 울부짖다가 도리없이
급하게 벽을 뚫어서 만든 인공 문으로
울컥울컥, 그 서러운 것들을 내놓았다네
둥근 손잡이도 자존심도 없이 활짝 열려있던
무시로 죽음이 들락거렸던 인공항문
그 중심에 기정사실로 꽂혀있던
저승의 빨대는 참말로 입심 한 번 무서웠네
누구나 산다는 것은 똥끝 태우는 연속이겠지만
어쩌다 똥끝을 다 태워먹고 자신의 몸속에 갇혀
전전긍긍하며 절규했던 아아 내 어머니!
똥끝이 땅끝과 같다는 말을 그때 나는 깨달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