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검문을 받다 - 문세정
그를 면회하고 돌아 나오는 밤길
안양교도소 담장은 한층 높고 튼튼해져 있었다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라포르스 성벽처럼
높이 솟아오른 공중탑과 지상 곳곳에서
완전무장을 한 눈들이 바람의 움직임까지 감시한다
감시의 눈길은 어느새 내 걸음걸이를 고치게 만들고
공연히 주위를 살피게 하고 폭풍 전야처럼
제스스로 내부 단속에 들게 한다 교도소 안에서만큼은
바람조차도 말수를 줄이고 차분해져야 한다는 걸
순순히 몸을 낮춰야 한다는 걸 이미 터득한 것일까
한 걸음 한 걸음 어둠을 가두어 나가는 담장 아래
지금까지 용케도 법망을 피해가며 살아온 나를,
매순간 알게 모르게 불안했던
내 행적을 담장 가로등이 또박또박 조명한다
거리를 좁히며 더욱 끈질기게 따라붙는
불빛레이더, 습관처럼 외투깃을 세우며 위장해보지만
오늘따라 분명하고도 마땅한 알리바이가 떠오르지 않아
자꾸만 시선이 흔들리는 저녁
정작 감시와 단속이 필요한 곳은
적막에 든 교도소 안쪽이 아니라
바로 내가 서 있는 이곳,
시끌시끌한 담장 바깥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