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다 - 노향림
만날 사람도 없이 긴 나무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불콰하다.
닫힌 얼음집 앞에 빚더미처럼
여름이 엎질러져 있다.
문 안에서 누가 톱질을 하는지
새벽에서 밤까지
슬픔들이 토막으로 잘려나오는 소리.
질이 연한 내 마음이 아프다.
쭈쭈바를 입에 문 아이가
기웃거리다 지나가는 쪽
속이 편안한지, 덜컹거리며 가야 할 길 버리고
시동 걸린 화물트럭이 빈 채로 대기중이다.
큰길 옆 버즘나무 그늘 밑
사람들이 얼굴을 펴면 뜨내기 꽃들의 얼굴에도
햇볕이 환하게 빛났다.
몰래 내다 버린 화분 속에
관절을 앓는 남천이, 은침을 박고 있는
어깨와
겨드랑이에
여름이 환하게 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