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반응 - 유희경
1
입에 달라붙은 멜로디처럼 어떤 일은, 지독하게 기억난다
그때 나는 창백해진 얼굴과 그렇지 않은 시간
조금, 몸이 흔들렸다
주저앉은 얼굴과 가득한 밝은 빛이 테두리들 사이
있던 사람이 없어지고 나서야
2
불행한 소식을 들었다
우는 사람은 늘 같은 방향으로 돌아선다
나는 내 몫의 것들을 믿지 않았다
지금은 언제나 눈물방울처럼 움직인다
3
목으로 치미는 목소리가, 써지지 않는 순백의 글자가 귀를 틀어막은 음악이 오늘이다가
갑작스럽게 멈춰버리곤
오늘이 믿기지 않는다
4
울며 말했다 울음이 말을 막고 말이 울음과 섞여서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그 소리가 나를 잡아당겼다
언제나 무수한, 너와 너들
5
검은 건반이 내 손가락을 누른다
발가벗은 음들이 내 귀를 당긴다
듣는 감각 쏟아진다
통증이 나를 아파한다
들어가 나오지 않는 추억이여
이런 일을 참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내 부끄러움에 찬성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