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을 찾아서 - 정재분
1.
첫 문장께로 초대하고 싶다
늘 끄트머리에서 뜸들이는 말줄임표 서너 개를
~만으로는 이미 충분치 않다*고 말하기 위해
2.
모음은 오래전에 실종되었다
침묵하는 테트라그라마톤 인공호흡이 아니더라도
강건할 터, 측량은 이미 끝났다 다만
피폐한 근육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그분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될 거야*-
누가 한 말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을 돌봐*-
케이와 올가는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말을 했다
앞이 안 보일 때 상비약같이
그 확신을 얻어서 환부에 바를 수 없을지
3.
패배를 결정하는 건 스스로 自, 字에 국한된 것
인정하지 않은 한 굴복은 유예되고 문밖에서 서성일 뿐
높은 하인의 신랄한 눈빛에 한기가 들지 모르겠지만
온난화로 웃자란 푸른 지느러미가
자족의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장담 할 순 없겠지만
출발지를 다르게 하면 어떨지
도착지를 다르게 하면 어떨지
주근깨 점박이가 인간미로 풀이 될 때까지
예사로워지는데 도달하기까지
4.
미아가 된 어느 영혼이 울고 있다
그를 달래는데 역사를 출석시키는 편이 낫겠다
오래된 통증이 아직도 출몰한다면 그것은 희망이다
환지통에 시달리는 저당 잡힌 생이 한둘이 아니라고
기획된 위안이 박리다매로 팔려 나간다
자기복제하는 상자 속 상자는 계속 사달을 내고
이미지에 호출된 시나리오는 이미 넘겨졌다
비천한 자유를 반납하면 금단증상에 목이 탈까
그림자밟기 놀이에 피로가 겹친다
5.
부러진 늑골은 깁스를 할 수 없다
와중에도 단잠에 빠져드니 다행이 아닌가
다른 채널에서 본 세상은 한없이 에돌고
구속의 힘을 잃은 글자들은 장황해지고
6.
우연은 사절한다고 쓰여 있다
안이 보이지 않는 유리창으로 내다본다 한들
인기척마저 지울 수는 없다
분노를 좀 더 다듬을 일이다
자중을 위해 한 겹
상처를 위해 한 겹
부디 중독된 몰골을 신뢰하지 말기를
처음부터 물꼬는 터져있다
애초에 결과는 목록에 없다
7.
例外와 함께 뒤구르고 싶다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침을 묻혀가며 페이지를 넘기고 싶다
혀를 차면서도 머물러 있는 진득한 시선 하나 갖고 싶다
하얀 곰팡이가 올라와 장맛이 익을 때까지
날 것이 수굿하니 맛이 들 때까지
모순과 당착이 게을러질 때까지
* 카프카의 「성」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