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를 국회로 보냅시다 - 김동호
간단한 구조
두 날개는 짧고 두 날개는 약간 길다.
너무나 간단한 구조라서
유치원 아이들도 즐겨 그리는 그림이지만
불쿼나온 두 눈은 망원 렌즈
모기를 잡는 데는 귀신이다.
생각하면 모기를 씨도 없이 없애겠다고
마구 썼던 극약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결국 모기의 면역성만 높여 놓지 않았는가
모기의 毒性만 키워놓지 않았는가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정황은 어떤가
더욱 교활해진 모기들은 이제
사람의 피를 조금씩 훔쳐먹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혈관에 숨어 앉아 아예
피는 자기네 것이라고 외쳐대지 않는가
유권자 여러분!
독한 모기약 너무 믿지 마시고
모기의 天敵 잠자리를 키웁시다.
물론 잠자리는
모기약처럼 그렇게 독하지는 못 합니다.
모기를 씨도 없이 말라버리게 하는
그런 지독한 일은 못 합니다.
그러니까 모기 몇 마리는 늘 남아 있게 됩니다.
그러나 그 몇 마리 쯤이야 어떻습니까
오히려 우리의 청결정신 북돋아주고
일년에 한 두번 뇌염이다 말라리아다 해서
정신 번쩍 들게하고…
유권자 여러분. 모기는 왜
킬러에게 죽으면 원한을 품는데
잠자리에게 죽으면 원한을 품지 않을까요.
극약 앞에선 극악해지는 모기가
天敵 앞에선 왜 양순해지는 것일까요
유권자 여러분!
독한 殺蟲劑 너무 믿지 마시고
모기의 天敵 잠자리를 키웁시다.
잠자리를 키, 키웁시다
유, 유권자 여러분! 유권자 여,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