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적 도형의 낯섦에 대하여 - 김현신
그가 계단 위에 서 있다 그의 다리를 받치거나 다리 밑에
태어나는 몇 개의 직사각형 그는 계단 속으로 하나의 점이
되어간다 구멍 속을 돌며 계단을, 계단을 내려간다 한 개의
다리를 접고
한 개의 다리를 기다리며 공중으로 EJ오르거나 자르거
나 밟는다 발자국과 계단이 부딪칠 때마다 사라지는, 사라
지는 어둠의 소리를 들으라 권유한다 여백 사이로 발 없는
발이 걸어간다 규칙이다 길어지는 하나의 점,
굿바이! 하면 감정이 얇아질까 짙어질까 바람이 쓸어간
문자에 쉼표를 찍는다 계단이 이동한다 빛이 닿지 못하는
시커먼 터널처럼 아니 터널 속의 터널처럼 전동차 속의 비
처럼 그 속에 당신처럼 약간의 따스함이 있으면 족하다
언제나 부족한 건 계단을 내려가며 느끼는 기하학적 도
형의 낯섦이다 검은 그림자를 본다 감정이 쌓인다 계단의
일부가 된다 계단을 내려가며 계단을 돌아가며 어딘가에
남아 있을 당신처럼 검은 그림자가, 어느 날 내가 계단 위
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