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숲과 새들 - 송수권
나는 사랑합니다 우리 나라의 숲을, 늪 속에 가라앉은 숲이 아니라
맑은 神韻이 도는 계곡의 숲을, 四季가 분명한 그 숲을
철새 가면 철새 오고 그보다 숲을 뭉개고 사는 그 텃새를
더 사랑합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든가 뱁새가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든가 하는 그 숲에서 생겨난 숲의
요정의 말까지를 사랑합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소쩍새가 소탱소탱 울면 흉년이 온다든가
솔짝솔짝 울면 작다든가 하는 그 흉년과 풍년 사이
온도계의 눈금 같은 말까지를, 다 우리들의 타고나 운명을 극복하는
말로다 사랑합니다, 술이 깬 아침은 맑은 국물에 동동 떠오르는
동치미에서 싹독싹독 도마질하는 아내의 흰 손이 보입니다, 그 흰 손이
우리 나라 무덤을 이루고, 동치미 국물 속에선 바야흐로 쑥독쑥독
쑥독새가 우는 아침입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햇솜 같은 구름도 이 봄날 아침 숲길에서
생겨나고, 가을이면 갈꽃처럼 쓸립니다, 그보다도 광릉 같은 데,
먼 숲길쯤 나가보면 하얗게 죽은 나무들을 목관악기처럼 두들기는
딱따구리 저 혼자 즐겁습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텃새, 잡새, 들새, 산새 살아넘치는
우리 나라의 숲을, 그 숲을 베개삼아 찌르륵 울다 만 찌르레기새도
우리 설움 밥투정하는 막내딸년 선잠 속 딸꾹질로 떠오르고
밤새도록 물레를 감는 삐거덕, 삐거덕, 물레새 울음 구슬픈
우리 나라의 숲길을 더욱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