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포플러가 보내온 행운의 엽서 - 정한아
허리가 풍만한 여자를 보았네 짧은 흰 셔츠 밑으로 청바지 위에
둥글게 걸린 팽팽한 허리살 그녀는 가슴도 풍만하지만
팽팽한 둥근 허리살 때문에 나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지
팽팽한 둥근 허리살은 윤이 났네 내 그림자 가지 끝이
움켜쥐고 싶어 야단이 났지 그녀는 햇살 속을 풋풋풋
웃으며 걸어가네 비탈길을 빙글 돌아
때로 한 찰나가 영원을 잡아먹는 그런 사랑
허리가 풍만한 여자를 보았네 그녀는
중세 회화처럼 우아하지 풍만한 상체를 살랑살랑 흔들며 걷는
그녀의 발목을 나는 사랑했네 그러나 그건 아까 전의 일
그녀는 비탈길을 빙글 돌아가고 지금은 다만
따가운 햇살이 길 위로 아스라이 신기루를 만드는
여름 저녁의 한때
그녀의 풍만한 허리를 사랑할 줄 아는 누군가로부터
전갈이 도착했으면
비탈길에 빙글 돌아 동그마니 떨어진 찰나의
영원과 그 황홀의 엽서가 레스보스 섬에서 날아온대도
나는 놀라지 않아
이 엽서를 일주일 안에 백 명에게 보내면
당신도 비탈길을 빙글 돌고 아름다운 그녀 때문에
데굴데굴 구르게 되지, 하지만 용기가 있다면
한번 웃어넘겨 보시지 세상을 아름답게 살지 않으면
어떤 기분으로 데굴데굴 구르게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