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의 저녁
/박주택
저 저무는 저녁을 보라
머뭇거림도 없이 제가 부르는 노래를 마음에
풀어놓고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봄비에
얼굴을 닦는다, 저 저무는 저녁 밖에는
돌아가는 새들로 문들이 덜컹거리고
시간도 빛날 수 있다는 것에 비들도 자지러지게
운다, 모든 약이 처방에 불과할 때
우리 저무는 저녁에는 꽃 보러 가자
마음의 목책 안에 고요에 뿌리를 두고
한눈 파는 문들 지나 그림자 지나
혼자 있는 강 보러 가자
제 몸을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은
물을 맑히며 정원으로 간다
구름이 있고, 비가 있고 흰말처럼
저녁이 있다 보라, 일찍이 나의 것이었던
수많은 것들은 떠나간 마음만큼
돌아오는 마음들에 불멸을 빼앗기고
배후가 어둠인 저녁은 제 몸에
노래의 봄비를 세운다
Szentpeteri Csilla / Legenda II_ (Mendelssohn)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2-23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