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빛 새해 - 한호
아직 새해의 꿈속으로 들어가지 말아요
북극의 오로라 솟는 이 밤이 너무 추워요
우리 같이 한밤의 검은 웃음을 고요히 지어요
그대 작은 촛불이 다가오는 걸음을 밝힐 거예요
어둔 눈(雪)속에서 멋진 뇌조처럼 능갈치지 말아요
그대는 아직 우리의 검은 눈섶을 더욱 미뻐해야 돼요
맨발로 유혹하는 노란 새벽 얼굴을 아직 보지 마세요
태양에 고개 숙인 붉은 토끼, 새벽은 아직 졸고있어요
아직도 회 칠한 태양의 긴 얼굴은 너무 데카당스해요
그대 고요한 웃음으로 황야에 낀 서리를 녹여 주세요
여름 신부 되어 폭풍우 치는 광야에 들어가지 말아요
아직 거친 대륙 먼지 속에서 출산하기엔 너무 일러요
이제 아침 해가 해갈한 붉은 안개 속으로 떠오르네요
우리같이 해붉은 거북이머리 위로 살그마니 올라가요
하늘의 하얀 문장(紋章)으로 번지는 새해 빛이 되어요
검은 갈매기, 검은 산, 오늘은 모두 새해 축복 이예요
거품 안개 위로 나는 백조처럼 우리 같이 들어가요
그대는 아직 낡은 쪽배의 외로운 사공이 아니랍니다
우리 고집스런 북극 가시밭 길을 같이 걸어요
우리 바다 위에 피는 노란 융단을 같이 걸어요
우리 핏빛 엉겅퀴와 겨우살이 밑을 같이 걸어요
지혜의 나무 별 아래 잠자는 그녀가 있잖아요
이제 우리 성탄절 새해 달무리 속을 같이 걸어요
주름살 많은 인생을 같이 노젓는 사공이 되어요
우리 어서 일어나 새해의 한밤을 같이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