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에 남은 것 - 최춘희
마른 검불들 타액으로 잘 버무려
뒷산 솔바람 조금 떨궈서 만든 집
애기 밥그릇처럼 작게 웅크린 그곳에 살던
너희는 어디로 갔나
한 시절 붉은 꽃향기 흘려주고
방죽아래 피라미 떼 꼬리치며 물소리 풀어놓더니
깃털 하나 남기지 않고 머물다 떠난 자리
푸석거리는 부화의 날개 짓
눈감았다 뜨니 어느새 서리 내렸네
여린 부리 끝에 머물던 햇살
한 움큼의 온기로 세상은 날아오를 수 있는
넓이와 깊이를 풀어주었나
밤이면 비가림도 되지 못하는 잠자리에서
서로의 체온 데워 몸을 녹이고
프레스에 잘린 손가락 마디만큼 시린 통증에
뼛속까지 울었으리라
겨울아침 산길 오르다 본다
하얗게 잔뼈 드러낸 잡목 덤불사이
위태롭게 매달린 바람아래 빈 둥지
어느 일가의 가족사 훔쳐 읽는다
한때는 집이었고
전 생애의 목숨이었고
따스한 희망이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