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나르의 식탁 - 김명은
고마워요, 보나르
당신은 나를 위해 르 까테 마을에 그늘이 밀려나온 붉은 지붕 조그만 집을 샀죠
하얀 테이블보를 깔 수 있는 둥근 식탁을 들여놓았고
그 테이블보가 널려있는 빨랫줄이 길게 뻗어나가는 정원
정원 한 귀퉁이 연못에는 물옥잠화 밑으로 틸라피아가 헤엄쳐 들어가요 보나르
내가 있는 집으로 당신은 돌아오고
두근거리는 내 손이 하얀 문을 열어젖히자 주홍빛 벽에 문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요
그 소리에 나무로 만든 식탁의자에서 졸고 있던 고양이가 굴러 떨어질 뻔했어요
당신이 강렬하고 진지한 얼굴로 들어서기 전까지
말라붙은 꽃무늬들이 당신이 그려놓은 크고 작은 과일들을 만지며 놀았죠
종려나무 잎사귀가 당신이 껴안은 허리처럼 휘어졌어요
빛을 등지고 검은 스타킹을 벗는 남불 칸의 거리와 지중해가 보이는 르 보스크
지금은 해풍이 강하고 차가운 바다
푸른 입자 그 푸른 촉감 사이로 당신은 떠다녀요
함수초 샛노란 빛의 커튼 당신이 문을 두드리기 전에 문은 항상 열려있죠 보나르
아담한 우리 집 창문 밖은 그늘 진 숲이지만
당신 손에는 언제나 따뜻한 색, 눈부신 빛들이 가득해요
그 가득한 빛들이 하늘과 꽃을 마구 섞어버리면
황금처럼 쏟아지는 노을을 벽에 비스듬히 걸어둔 후 보나르
당신은 어두워진 바다를 담은 두 개의 커피 잔을 둥근 식탁 위에 놓으셨어요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얼굴 반쪽이 잘려나간 다음, 절반의 말이 사라져요
나머지 절반은 붓자국이 남아있는 청록빛
나는 당신 오른쪽에 앉아 당신의 옆모습을 바라봐요
꽃을 꽂은 화병의 붉은 뺨으로 유채색으로 빛나는 작은 숲처럼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내 풍부한 표정으로
당신이 그렇게 거기 있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