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길 - 이해리
참나무는 밑동이
하늘을 향하도록 해서 태운다
나무의 길대로 태워야 좋은 숯이 되는데
나무의 길은 하늘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뿌리 쪽으로 나 있다는 것이다
대지에 뿌리박고 살아있는 동안 나무는
순순히 갈 수 있는 길 혹은 가고 싶은 길
땅 속에 꼭꼭 숨겨두고
길 아닌 길을 무성하게 피워 올린 셈이다
무언가 거역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반대의 길을 강요받은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나뭇가지와 잎과 열매들은
나무의 아픔 혹은 상처가 아니었을까
가끔 누군가의 아픔이나 상처가 세상을 푸르게 한다
잎을 달고 새를 품고 구름을 우러르는 동안
뻗어나갈 듯 자꾸 막히는 캄캄한 나무의 길은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을까
아무에게도 내색 않은 갈등을 몸 속에 숨겼다가
죽어 숯가마에 들면 비로소
섭씨 6,000도의 불꽃에 활활 몸을 맡기고 엿새 밤낮을
타오르며 거꾸로 피워 올렸던 힘들고 고단했던 길을
뜨겁게 밝히는 숯나무
그리고 숯, 또 하나의 길로 완성되었을 그
순도 높은 인내
혹은 뜨거운 마감
나는 세상 밖으로 나갈 때 그렇게
뜨겁고 깨끗한 길 하나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