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의 선물 - 최승자
언젠가 한 점쟁이가 내게 말했었죠. 
“당신은 전생에서 이생으로 내려올 적에 
길가에 난 백합꽃을 꺾었어. 백합꽃 
꺾은 죄로 이생에서 고생을 하는 거라구.“ 
가끔씩 힘들 때마다, “내려오다 백합은 
왜 꺾어 이 고생이누, 아니 하필이면 
내가 내려오는 그 길에 백합은 왜 피어 있었누“ 
라고 생각했지만, 그 참 이제 보니 그건 
아름다운 상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니 상징이 아니라 어쩌면 필연이었다는. 
하필이면 거기에 백합이 피어 있었던 것도, 
하필이면 내가 그것을 꺾어 갖고 왔던 것도. 
어쩌면 필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고통들이 정화된 그 자리에 
백합 한 송이 피어나, 이제 비로소 그 존재를, 
그리고 용도를 내게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내가 당신의 힘을 빌려 내 무수한 전생들, 
그리고 이생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들을 
폐지해 버린 자리, 내 마음의 작은 빈터 안에,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꽃, 
백합꽃을 선물로 놓아드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한 송이 백합이 어느 날 넘실대는 환한 
빛 덩어리로 풀려버릴 수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