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김종해 (1941~ )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자연이 ‘잃어버린 자연’으로 표현되면 비가(悲歌)다. 실제 앞에 있는 것으로 표상되면 목가(牧歌)다. ‘눈과 눈이 서로를 업고 있다’는 발상이 놀랍다. 수많은 눈송이들에서 ‘뿔뿔이’가 아니라, 조화·화해를 본 것이다. 문제는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는 시구다. 누군가를 업지 못한, 즉 조화·화해를 잃어버린 상태임을 암시하기에 이 시는 넓은 의미의 비가다. 이점에서 “눈은 가볍다”로 시작한 건 반어적이다. 목가적 상황을 예측하게 해놓곤 비가적으로 끝내기 때문이다. 김춘수가 ‘눈에 대하여’에서 “눈은/우모(牛毛)처럼 가벼운 것도 아니다”라고 읊은 것은 역설이다. 눈이 ‘무거운 현실’과 등가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박찬일·시인>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자연이 ‘잃어버린 자연’으로 표현되면 비가(悲歌)다. 실제 앞에 있는 것으로 표상되면 목가(牧歌)다. ‘눈과 눈이 서로를 업고 있다’는 발상이 놀랍다. 수많은 눈송이들에서 ‘뿔뿔이’가 아니라, 조화·화해를 본 것이다. 문제는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는 시구다. 누군가를 업지 못한, 즉 조화·화해를 잃어버린 상태임을 암시하기에 이 시는 넓은 의미의 비가다. 이점에서 “눈은 가볍다”로 시작한 건 반어적이다. 목가적 상황을 예측하게 해놓곤 비가적으로 끝내기 때문이다. 김춘수가 ‘눈에 대하여’에서 “눈은/우모(牛毛)처럼 가벼운 것도 아니다”라고 읊은 것은 역설이다. 눈이 ‘무거운 현실’과 등가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박찬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