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 李在植
이십대는 화사한 햇살로 젖은 몸을 말렸고
삼십대는 물 좋은 녹음으로 사위를 덮었으나
칠십대야 비로소 하늘이 엿보이니
내 몫의 길 위에 꽂힌 되돌이팔이 또렷하다.
젊을 적 뻐센 치기야 푸른 빛 홍역이었고
활짝 핀 시절에는 우주를 안았거니
나를 태운 시간이 생사를 바꾸고 있다.
'돌아간다'는 말 속에는 왔던 곳이 숨어 있다.
천 년을 왔다가 다시
천 년을 되돌아가야 할 순간인 이 꼭대기
우리의 영원한 사랑도 끝내 여기까지이다.
정해진 길을 걷거나 달려왔듯
가야 할 길 또한 그러하리라
생이란, 하늘이 감독하고 자연이 연출한
숭고(崇高)한 무대 한마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