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사랑 - 심종은
어둠 가신 새벽녘
찬 기운과 함께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거예요
막 눈을 부비며
방금 일어난 내게
살며시 미소를 보여 주었어요
발랑거리는 가슴 안고
신바람 나서
마구 손을 흔들어댔지요
아련한 님의 미소에
애타는 가슴이 놀라
번쩍 고개를 쳐드는 게 아니겠어요
이 세상 그토록 찬란한 사랑은
난생 처음 느껴 보았어요
나만이 아닌가 봐요
주위 곳곳에
님의 손길이 고루 닿아 있는 거예요
허리가 휘청거리는 줄도 모르고
그대를
힘껏 끌어안았어요
언제까지라도
곁에 있고만 싶었거든요
한 몸인 듯싶었는데
동녘에 햇살이 돋아나자
달랑 나만 남겨 두고
그대는 저 멀리 떠나가고 말았어요
주변을 맴돌며
스쳐가는 바람결 따라
느껴지는 공허함이
가슴팍을 서글피 휘몰아갈 뿐
님이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건
정말이지 아무 것도 없었어요
아무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