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宇宙人) - 임일진
아득한 하늘 속에다 굴을 파고
들어 앉아 살고 있는 우주정거장 사람들처럼
아예 나느 바닥 없는 바닥 거기에다
전신주 같은 내 말뚝 하나 쾅 쾅 박아 놓고는
요즘은 그쪽으로 부쩍 끌려서
초파리 한 마리 안 데불고
일광 년 쯤이나 떨어진 거리를 단숨에 달려가선
한 달포씩이나 묵다가도 온다
그 횅댕그렁한 하늘 복판에 기대고 나면
고달팠던 심신이 하그리 편안해
이곳 모래벌판 같았던 땅 덩이로 되돌아와서도
아쉬움 걱정 많이 메워져
초파리이고 하루살이이고 더부살이*이고
모두의 얼굴들이
오히려 넉넉하고 평화로워만 보인다.
*더부살이 : 나무나 풀에 기생하는 식물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