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동 통신 - 오명규
요즈음 내가 이곳에 와서 조석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뻐꾸기 소리뿐이오
앞산 솔밭에서 가슴 풀어헤치고 우는 그 소리가
왜 눈물인지는 나도 잘 모르오
그리고 이따금 칠산 앞바다 갯바람 타고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있소
쉼없이 밀려오는 그 소리가
하얀 깃발 나부끼며 답동 마을로 달려오는
파도 소리가 있소
쉼없이 밀려오는 그 소리가
하얀 깃발 나부끼며 답동 마을로 달려오는
수천 수만 마리의 백상어 떼처럼 보이는지
나는 잘 모르겠소
오늘같이 청명한 날엔
건넛산 산자락에 이름 없이 살다 가는 꽃들의
마음 여는 소리도 들리고
이웃집 앞 뜨락에 태고가 잠깐 머물다 가는
소리도 들리는 시간이오
이제 여기에선 생각과 말씀들을 어우르는
눈과 입이 필요 없을 것 같소
그저 나는 하루 종일 한 마리 뻐꾸기가 되었다가
또는 부서지는 파도가 되었다가
한 송이 꽃이 되었다가 태고가 되면 그만이오
오늘은 아예 내가 없는 날이오.
*답동 : 칠산 앞바다가 그림처럼 보이는
영광군 백수 해안 도로변에 있는 연안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