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골목 - 김미화
1.입구
삐죽, 촉각 곤두세우는
새치머리 자존심과
끝모르고 솟은 콧대의 경계가
서로 무장 해제를 선언한다
한지창에 물든 발가쟁이 추억 한 줌
기웃기웃 기왓장 담을 넘고
소근소근 해거름 지나
여릿여릿 내게로 온다
앓는 유월, 미로처럼 얽힌 낯선 골목
인사동 피맛골 당신과 내가 가면
2. 출구
넓은 도회의 방황
수박물처럼 내리는 어스름
그 슬픈 빛이 싫어
눈감고 숨어든 공간
붉은 카펫으로 위장된
깨진 보도블럭 위
껍데기 어른으로 흔들리는시간
촘촘히 도열한다
돌고 돌아 한 꺼풀 벗겨진 시야
살찐 밤 고양이
고등어 굽는 냄새 사지를 비틀며 지난다
앓는 유월, 대로가 보이는 낯선 골목
인사동 피맛골, 당신과 내가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