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하는 시간 - 이시은
바늘 끝으로 쑤시는 냉기로
온 세상 얼음나라로 만들 것 같았는데
냄비에 더운 김 오르듯 봄날은 오더니
삼사월 고개 넘어
햇살이 불화살 되어 쏟아진다
응급실에서 호흡기에 의존한 생명이
땀으로 붙들고 있는 시간인 걸
아하
한 줄로 꿰어 들고 있는 줄 알았던
시간들이 이탈해
세월 저편으로 떠나고 있구나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몸의 속도계는
후진을 계속하는데
갈수록 신바람나게 달리는 시간의 경주
모르는 체해야 할까
그러지도 못하려면
시간의 운전석에 앉아
여유 있는 미소로 스치는 풍광 엮어
시나리오 한 편 만들어 볼까
훗날에
어느 누가 레디 고 하지 않더라도.